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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영화 리뷰] 더 납작 엎드릴게요

by 한량두냥석냥 2024. 7. 16.

<더 납작 엎드릴게요> 포스터

 

  다시 백수가 되어 한가로운 나는 평일 오후에 영화를 보러 간다. 혼자서. 혼자서라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나는 대학생도 아니고 커플도 아니고 퇴근한 직장인도 아닌, 평일 한낮의 백수로서 홀로 영화를 보러가는 것이다. 그게 백수만의 특권이다. 게다가, 내가 보고 싶은 영화들은 상영관이 많이 열리지도 않고 시간대도 비인기 시간대라는 말씀. 지금이 아니면 영화관에서 볼 수 없는 작품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영화다.

  네이버에서 현재 상영 영화를 검색했을 때 나온 영화. 불교 출판사에서 일하여 절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의 이야기. 얼마나 흥미로운가. 제목마저 사람을 끌어당긴다. 더 납작 엎드릴게요.

  절 안의 작은 출판사 팀, 팀장과 직원 둘이 있는 작은 불교 출판사다. 거기서 주인공 혜인은 진상 보살님 상대도 하고, 창고에서 책도 찾아 택배로 부치고, 책도 옮기며, 교정교열도 보고, 여러가지 일인듯 일같지 않은 잡무와 진짜 일 같은 업무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배경이 절이라는 점만 다를 뿐, 여느 직장인의 애환과 노고는 그대로다.

  혜인처럼 작은 출판팀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나는, 사무실의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옛 기억들을 많이 떠올렸다. 그리고 납작 엎드리겠다는 선택을 한 혜인도, 그런 혜인을 감싸주는 동료들도 부러웠다. 부러움.

  이 부러움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여러 차례 직장을 그만두고 그만두고 다시 그만두고 하는 나는, 직장에서 그 힘겨움을 이겨내며 자리에서 열심히, 한결 같이 지속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나도 그렇게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나는 끝을 냈기 때문이다. 혜인의 마지막 대사처럼 결국 끝을 내는 것은 나이다. 그리하여 별 아쉬움이 있거나 한 건 아님에도, 최선을 다했음에도 왜 다른 사람들이 부러운 걸까?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키며 버티며 하루를 살아가는 그 사람들이.

  퇴사한지 보름 정도가 지났다. 지난 회사에서 납작 엎드리고 버텨보겠다고 쑈를 하면서 소진된 정서적 체력이 회복되지는 않았다. 아직도 뭔가에 시달린다. 회사에 관련된 악몽은 이제 끝났는데, 사람에 관한 아쉬움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사람을 이해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영화 속의 팀장님은, 그런 질문을 한다. 그리고 답해 준다. 10년, 20년도 아니고 평생을 가도 못한다고, 그리고 못한 건 다음 생까지 이어진다고. 그러니까 이해를 말라고.

  그 장면이 인상깊고 웃겼다. 맞다. 이해를 할 수 없다. 오늘 하루의 나라는 인간도 스스로 이해 못할 생각도, 행동도 많이 하는데 시시각각 바뀌는데, 그걸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해보겠다는 생각은 얼마나 터무니 없는가. 그리고 이해해야하는 이유가 있을까? 꼭 모든 걸 이해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찌꺼기처럼 남는 이 의문들은 이해가 아니라 잘 다루는 방법을 배워나가면 될 것이다.

  그럴 시간은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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