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리뷰] 매니악
남들 다 한번씩은 걸리는 코로나에 3년 동안이나 안걸리다가 운나쁘게 이번에 제대로 걸려버렸다. 요즘엔 격리 의무가 없어서 나돌아다녀도 되지만, 힘이 없어서 나돌아다닐 수 없었다. 방구석에서 코로나를 앓는 내내 넷플릭스를 끼고 살았다. 찜해 뒀던 미드 매니악도 하루만에 몰아서 봐버렸다. 하지만 이건 시간 때우기용이 아닌 너무 멋진 드라마였다.
내용은 두 주인공인 애니와 오언이 신약 실험실에서 서로의 프로그램 안으로 간섭이 일어나 계속해서 서로의 뇌파 속에 들어가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주인공들의 트라우마와 그걸 극복하는 과정이 나오는데 그 안에서 애니와 오언은 서로 특별한 도움을 주고 받게 된다.
2018년에 나왔다는데 왜 이제 본 건지. 이 드라마의 모든 면들이 다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의 환각으로 인한 정신 없는 영상 전개도 이상한 로봇들이 간간이 등장하는 뜬금없는 요소들도 매력적이었다. 특히 신약 개발을 위해 실험에 투입된 이후 프로그래밍 된 세계관 속에서 인물들의 대사나 행동들도 정말 재밌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에서는 관계를 중요한 화두로 놓는다.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신약이니까. 생각해보면 트라우마라는 건 내 잘못이든 남의 잘못이든 혼자만의 일로 생기지 않는다. 분명 타인인 누군가가 관련되어 있고 그걸 해결할 때에도 역시 타인이 아니면 어렵다.
나는 두 주인공이 다사다난한 신약 개발 실험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이 멋졌다. 두 주인공 중에서 애니 쪽에 더 공감하면서 보았는데 왜인지 철철 눈물을 흘리면서 보게 되었다. 엠마 스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이기도 하겠고 내가 평소에 동생한테 맨날 싸움걸고 툴툴거렸던 게 미안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드라마가 한편 한편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좋았다. 정신없는 전개를 따라가다보면 마지막즈음엔 뭔가 나 역시도 치유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금 이순간의 관계들에 집중하고 후회없이 살아가려고 해야지. 그게 아직은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일테니.